10년은 된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1년이 조금 넘은 시간 동안 이모와 조카들에게는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 

신체건강, 정신건강 어디하나 빼 놓을 것 없이 건강했던 이모가 큰 병을 만나게 되었다. 

30대 여성에게 잘 찾아오지 않는 신장암. 아직도 어색한 이 이름이 온 가족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2018년 2월 마지막날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을 통해 이모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잔잔히 있었던... 알수 없던 피곤함과 통증들의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3월. 난생처음 입원과 함께 조직검사를 한 이모는 조직검사의 쓴맛.. 을 보게 되었는데

주변에서 조직검사가 얼마나 아픈지 말해주지 않은 덕분에 준비없이 그저 웃으며 이 고통을 받아들였다. 

 

 

4월 5일. 남들은 나무 심는 날로 기억하는 식목일이지만, 이모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된 그날만같다. 

여전히 양쪽 신장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있지만... 한쪽 신장을 부분 절개하여 큰 친구와 이별을 하고, 

며칠 뒤 모든 의사샘들이 시술을 해도 되나 하는 의심쩍은 마음이었지만

통크게 결심해주신 교수님덕분에 나머지 한쪽의 시술도 마치고 퇴원을 했다. 

수술, 한달뒤 수술, 또 한달뒤 시술이 결정되어 있던 스케줄로 보면 매우 감사한 한방의 아픔과 고통이었다. 

 

이모,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모두... 덤덤히 받아들이려고 했던 모든 일들. 

그나마 너무 늦지 않게 발견되어 다행인것으로 여기며 나름 웃음거리를 찾고 있던 3,4월이지만 수술 이후 이모는 통 웃을 수 없었다. 

너무 아파서 진통제에 의지한 며칠이 정말이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모의 고통을 보며 더 큰 충격이 있을까 최대 병문안 오는 것을 자제했던 조카1,2! 

처음 이모의 병원복 입은 모습, 온 몸에 주렁 주렁 낀 주사와 약병들, 그리고 수술 후 달고있던 핏주머니까지.... 

멀리서 낯선 이모에게 다가오며 엉덩이를 쑥빼고... "이모~~ 안녕하세요?" 어색해하며 인사하던 녀석들. 

조카1에게는 이모가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같던 조카2도

어린이집 선생님이 요즘 눈을 맞추지 못하고 좀 이상하다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마음의 큰 짐을 얻게 되었다. 미안하게도.... 

 

그래도 요 꼬맹이들이 이모를 위해 매일 기도해준 덕분에 

곧 자신의 육아일기를 쓰게 될거라 생각했던 이모는

이모육아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것이라고 깨닫게 되며 다시금 일기를 쓰게 되었고, 

10킬로그램이상의 체중증가로인해... 여간 거울보는 것이 즐겁지 않지만 이제는 외모에 대해 농담을 할 만큼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여전히 폐에 전이된 친구들과 신장에 남아있는 친구들로인해 신약 항암치료를 해야하고, 

내일도 어떤 부작용이 올라올지 몰라 약간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이만하면 가끔 조카들과 놀이터도 갈 수 있고, 아직까지는 조카2를 들어올려 안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모는 1년동안 생각했다. 

이모는 이모라서 참 다행인데. 아픔을 겪는 엄마들이 본인의 몸도 아픈데...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얼마나 전전긍긍할까.... 

아픔을 가진 아이의 부모님은 대신 아파주고 싶을텐데... 그러지 못해 얼마나 가슴에 큰 멍이 들었을까... 

이러한 아픔이 경험이라고 친다면 이모의 아픔이... 조카들이 살아가는데 더 단단해지는 연단이 되었으면 한다. 

 

이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 조카들이... 이모가 만난 세상의 많은 조카들이 좀 더 신나고 즐겁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천천히 시작해 본다. 얼마나 멀리갈 수 있을지,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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