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1은 를 타고 유치원에 다닌다. 잘나가는 영어유치원때문이 아니고,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교사들 좋기로 소문난 유치원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조카1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같다. ^^ 아침에는 아빠차로 등원, 하원 때는 엄마랑 버스 한 번을 갈아타며 집으로 와야 한다.기특한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힘들다고 해본 적이 없다. 몇 년 하다보니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이모가 백수 된지 1년이 다 되어가기에 일주일 한 두번은 이모가 픽업을 가며 좋은 이모 코스프레 중이다. 좋은 동생 코스프레라고 해야하나. 처음 몇 번은 "우리 이모가 왔어!" 하고 특별한 일처럼 여겼으나 곧 그것이 자주가 되자, 엄마가 오지 않아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이제는 체념... 정도? 그렇게 이모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들르고 가끔은 작은 슈퍼마켓을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조카1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매우 좋아한다. 조카1이 다니는 유치원에 아는 선생님이 계셔살짝 물어봤더니 모든 아이들을 변호하고 다니며, 잔소리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엄마와 이모가 그렇게 잔소리를 하니 그 피가 어디 가겠나 싶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조카1과 대화하는 것은 신기가고 놀랍다. 다른 엄마나 이모들도 아이들의 언어가 확장되어가며 갖게 되는 기특함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 하더니 "아빠"를 말하고 "아빠~ 다녀오세요"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7살이니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이고, 언어도 어려운 한자어만 못쓰지 어른 수준급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카와의 대화를 버스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내 진심이다. ㅠ이미 여러번 곤욕을 치렀다. 갈아타는 시간까지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 약 40분.조카1은 아직 너무 앳된 목소리에 굉장히 하이톤의 음성을 가지고 있어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버스 안에서 작게 이야기 하기로 약속을 해도 조절이 안되는 것 같다. 굳이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니 재잘재잘 떠드는 것은 그냥 놔두게 된다.가끔은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조카1 덕분에 조용하게 집으로 향할때가 있는데그럴 때는 적극적으로 그 사색을 응원하며 조용하게 있어야 한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모르는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말이다. 





며칠 전에도 결국 그 사색을 깨고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그 질문은 로 시작하고, 어른이 되고나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장학퀴즈가 열리는 것이다. "왜 강강술래는 여자만 해요?"라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에 대한 궁금증부터 시작해서"왜 사람들은 버스에 탈 때 얼굴을 찌푸려요?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에까지 관심사가 다양하다. 심지어 이제는 정치에 눈을 뜨는 것인지"이모, 대통령이 왜 내려와야해요?" 하고 물은 적도 있다. 도대체 그런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것인지. 그런데 그렇게 조용한 버스 안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무엇이라고 해야하나. 교사로서 어린이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이 있기 때문에대답을 잘 해주고 싶지만 역량이 부족한가보다. 한 번은 할머니랑 버스를 탔는데 큰 형님 하나가 자리를 양보해 줬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가 장애인석이었고, 그 자리에 붙어있는 표시의 의미가 궁금했던 조카1은 할머니에게"이 표시가 뭐예요?" 하며 했단다. 할머니가 설명해 주자 "그런데 왜 내가 앉아야 해요?" 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특해했다는 일화도 있다.조카1이 질문을 하고 나면 모든 사람들의 귀가 쫑긋... 조카1의 질문보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하다. 어떤 아주머니는 "아이고 참 어려운 질문 하네~" 하기도 하시고어떤 이모는 뒤를 돌아 나와 조카1의 얼굴을 확인하고 피식 웃기도 한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지만'나 지금 무슨 얘기 하고 있는거지...' 생각 될 때도 있다. 솔직히 내가 모르는 질문이 많고, 나도 알고 싶은 답도 많다. ;; 


대부분 "왜 그럴까? 네 생각은 어때?" 하며 조카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 보지만 결국 물음표만 던지고 버스를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간단한 역사 질문은 인터넷으로 뚝딱 찾아 보여 줄 수 있거나과학적인 현상들은 집으로 가서 책을 펼쳐 보며 답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모는 당장 대답해 줄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들은어떻게 설명해 줄지...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바람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하는 대답을 듣고가장 지혜로운 답스스로 찾아가는 청년으로 자라나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