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어릴 때 가장 즐거웠던 장소를 꼽으라면 당연히 놀이터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빼곡히 늘어서 있던 아파트 중에서도 정말 다행으로 우리 집앞에 놀이터가 떡하니 있었다. 맞벌이였던 엄마, 아빠가 늦게 들어 오시는 날이면 정말 끝까지... 모든 친구들이 끝까지 놀다 들어간 그 시간까지

언니와 함께 놀이터에 있던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발로 밟히는 모래의 느낌이 좋았고, 그네에 앉아 맞는 시원한 바람도 좋았고,구름다리 위로 올라가 서로 경쟁하듯 거꾸로 매달려 있던,  그러다 친구들과 이유없이 깔깔대던 시절이 참 좋았다. 요즘도 놀이터가 있다. 다만 두꺼비집을 지을 모래가 없을 뿐,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특수처리된 바닥과 놀이 기구들이 있다. 얘들아 밥먹어라. 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대신 CCTV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이제 놀이터에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고 안타깝다고 하지만 여전히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있다. 소수의. 우리 조카1처럼 어느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 말이다. 때론 학원과 학원 사이에 잠시 놀러온 아이들. 교사 생활을 하던 중에도 상담을 하다보면 엄마만 찾아 힘들다는, 밖에 나가서 떼만 너무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그럴 때 대부분은 남자이든 여자이든 꼭! 나가서 뛰어 놀거나 집에서라도 신체 활동을 많이 해 주라고 이야기했다. 특별히 남자아이들에게는  본능적으로 뛰어놀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다.층간소음덕분에 집에서도 뛰어 놀지 못하고, 

대여섯살부터 특별 수업에 지친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쇼핑욕, 맛집을 향한 갈증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무엇인가 필요하다. 




조카1님은 유치원이 끝나기 전, 친구들과 선약을 잡는다.  바로 놀이터이다. 다행히 유치원 바로 앞에 작지만 좋은 놀이터가 하나 있다. 오늘은 놀이터에서 누가 놀 수 있는지 먼저 스케줄을 잡아 놓는 것이다.요일에따라 아이들이 바뀌지만 조카1님과 한,두명의 친구들은 늘 함께 한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거나 더위 먹을 환경이 그들을 가로막지 않는다면언제나 놀이터 선약은 지켜진다. ^^그리고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는 

신 나게 뛰어 놀거나 무리지어 돌아다닌다. 아무 것도 아닌것에 싸우고, 작은 놀이에도 규칙을 수백개 만들어내며  자신들만의 놀이를 이어나간다. 

이러다 신고받겠다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거나  가끔은.... 함께 유행가 를 부르기도 한다. ;;오늘 한 엄마가 간식을 사와 나누어 먹으면

내일은 다른 아이가 와서 젤리를 나눠주기도 한다.유치원에 갈 때, 오늘 놀이터에서 어떤 놀이를 할 지 계획을 세우거나밤에 자면서 놀이터에서 친구와 싸웠던 이야기를 하며  소소한 감정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나는 이 놀이터 시간이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다. 함께 모여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멀찍하게 떨어져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저사람은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엄마들의 시선을 피해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어느날, 친구들와의 갈등으로 울음을 터뜨린 조카1님을 보고발동했다. 아... 그때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이모와의 얼음땡 놀이를 제안한 것이다. 이모는 놀이기구 아래서 아이들을 잡고, 아이들은 그런 이모를 피해 도망다닌다.  눈에 보이지만 안보이는 척, 손에 잡히지만 슬로우모션으로 다가가야 하는.... 쉽지만 어려운 이 얼음땡 놀이. 이제 다른 아이들도 당연히 "이모가 술래야." 하고 날 이모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술래를 싫어하는지 술래를 하겠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하지만 술래가 가장 쉽다. 뛰지 않고도 "잡으러 간다." 한마디에 아이들은 자지러진다. 손 하나만 뻗으며 "잡힐거 같은데."하면 모든 친구들이 하나되어 이모를 물리치는데 동참한다. 때론 이모괴물이 된다. "오늘은 우리 이모가 괴물이야." 기꺼이 이 괴물놀이에서 괴물이 되어준다. 겨울이 되어 추운 날이면 괴물은 더 바빠져야 한다. 온기가 나도록 쉴틈없이 아이들을 뛰어 놀게 해야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 소리가 그렇게 좋다. 꾸밈없는 웃음 소리이다. 한명이 아닌 둘, 셋의 웃음소리는 더욱 아름답다. 핀란드의 교육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핀란드인들의 책임감, 창의력, 성실함. 그들의 교육개혁을 배우고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비밀은 놀이터에 있는 것 같다. 하교후, 두시간정도 놀이터에서 뛰어 논단다.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을 맞고,비오는 날은 장화를 신고, 비옷을 준비한다.  해가 쨍쨍한 날이면 시원한 물을 마셔가며 놀이할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숲에서 뛰어 놀 아이들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에 있는 놀이터만이라도 북적댔으면 한다. 신체 활동을 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능력, 균형감, 자기조절력이 생긴다. 자신들만의 규칙을 세우며 질서를 깨달아 갈 것이고, 갈등을 통해 사회성을 배워 나갈 것이다. 약자를 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놀이터. 오늘도 조카1님의 선약이 준비 되어 있을 것이다. 이모괴물이 되어 광합성 하러! 출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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